63RUN 수직마라톤 (경험형 기부, 자립준비청년, 공익성)

참가비 전액이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쓰인다는 문구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진짜 기부 행사인가, 아니면 브랜드 이미지 작업인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한화생명이 서울의 상징적 건물인 63빌딩을 무대로 수직마라톤 대회를 연다는 발표는 분명히 시선을 끄는 기획이었습니다. 그리고 25살 입장에서 이 행사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흥미로운 지점이 꽤 있었습니다.

수직마라톤이란 무엇인가, 63빌딩이 왜 무대인가

수직마라톤(Vertical Marathon)이란 일반 도로를 달리는 대신 건물 계단을 수직으로 오르는 경기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출발선이 1층이고 결승선이 꼭대기 층인 달리기입니다. 심폐 지구력과 하체 근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같은 시간 대비 칼로리 소모량이 일반 달리기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63빌딩은 지상 63층, 높이 약 250미터 규모의 건물로, 1985년 완공 이후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건물의 계단을 실제로 오른다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내가 저 건물을 두 발로 올라봤다"는 성취감은 단순 기록 이상의 이야기거리가 생기는 셈이니까요. 제 경험상 러닝이나 등산처럼 기록이 남는 활동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편인데, 63빌딩이라는 공간적 상징성이 더해지면 그 동기는 훨씬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 마라톤은 풀코스 기준 42.195킬로미터라는 거리가 초보 참가자에게 큰 진입 장벽이 됩니다. 수직마라톤은 물리적 이동 거리는 짧지만 계단을 오르는 강도가 집약적이라, 젊은 층에게는 오히려 "짧고 강한 도전"으로 더 어필할 수 있는 형식입니다. 다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신청했다가 중간에 체력적으로 무너질 수 있고, 안전 관리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도 실제 참가 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형 기부의 심리, 20대가 반응하는 이유

경험형 기부(Experience-based Donation)란 단순히 금전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가 직접 행동하고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기부 행위와 연결되는 구조를 뜻합니다. 마라톤, 클라이밍, 트레킹처럼 몸을 쓰는 활동에 참가비나 후원금을 연계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솔직히 평소에 기부를 따로 하라고 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취업 준비, 생활비, 월세, 식비 같은 현실적인 지출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63빌딩 계단을 오른다는 경험"에 참가비가 붙고, 그 돈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전달된다고 하면 심리적 장벽이 확실히 낮아집니다. 단순 소비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명분이 더해지니까요.

이러한 방식은 사회적 연대(Social Solidarity)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란 개인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돕고 책임을 나누는 관계를 뜻합니다. 경험형 기부는 이 연대 의식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해주는 장치인 셈입니다. 기부 자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분들은 거의 없지만, 실행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설계가 따라오지 않으면 의도는 좋아도 결과는 미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설계를 이번 63RUN이 꽤 잘 풀어냈다고 저는 봤습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자립준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호 종료 후 자립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청년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참가비 전액을 해당 청년들 지원에 연결한다는 구조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맥락을 가집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일회성 기부로 충분한가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보호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스스로 사회에 나서야 하는 청년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주거, 취업, 금융 관리, 심리 지원 등 동시다발적인 과제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번 63RUN의 참가비 전액은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참가 행사로서의 구조는 분명히 잘 짜여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기부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자금이 어떤 사업에 얼마나 쓰였는지 공시(公示), 즉 공개적으로 알리는 절차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시란 관련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참가비 전액 기부"라는 문구는 분명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총액이 얼마인지, 수혜 청년이 몇 명인지, 어떤 프로그램에 쓰였는지까지 공개되지 않으면 선의가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습니다. 이건 한화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사회공헌 행사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이런 행사들을 살펴봐왔는데, 참가자 입장에서 "내 참가비가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 불투명함이 이런 행사에 대한 냉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래는 이번 행사의 공익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입니다.

  1. 참가비 총 모금액과 수혜 청년 수를 대회 종료 후 공개 발표
  2. 사회연대은행을 통한 구체적인 지원 사업명 및 집행 내역 공시
  3.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화생명 차원의 자립준비청년 장기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
  4. 참가자에게 기부 결과 리포트를 발송하여 참여의 의미를 사후에도 환기

자립준비청년 문제는 단기 자금 지원 한 번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주거, 교육, 취업, 심리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중장기 체계가 필요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이번 행사가 좋은 출발점인 것은 맞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 구조로 이어지느냐가 진짜 관건이라고 봅니다.

기업 마케팅과 공익성, 둘 다 인정해도 되는가

이번 63RUN을 놓고 "순수한 사회공헌인가, 브랜드 마케팅인가"를 따지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건물을 무대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건강·도전·기부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한꺼번에 얻는 구조입니다. 이것 자체가 나쁘다는 분은 많지 않겠지만, 공익성과 홍보 효과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란 기업이 사회적 명분이나 공익적 활동을 마케팅 전략과 결합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소비자는 구매나 참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이 확산되면서 공익과 마케팅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워싱(Washing)"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워싱이란 실제 사회적 기여보다 이미지 효과를 더 크게 설계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 행사를 보면서 느낀 것은, 코즈 마케팅 자체를 무조건 비판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미지 효과를 얻는 게 당연한 구조라면, 차라리 그 구조를 인정하되 투명성과 지속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편이 더 생산적입니다. 이번 63RUN은 그 기준에서 절반쯤은 통과한 기획이라고 봅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가 그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는지는 사후 공개 자료를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부, 운동, 인증 가능한 경험이 결합된 구조는 20대에게 참여 명분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저도 이 행사를 들여다보면서 "체력만 되면 한번 나가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행사에 참가한다면, 참가 이후에도 기부 결과가 어떻게 공개되는지까지 관심을 갖는 것이 참여의 의미를 완성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계단을 오르고 인증샷을 남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내 참가비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묻는 참가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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