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천 포인트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솔직히 첫 반응은 "오, 진짜?" 였습니다. 25살 직장인으로서 ETF 조금씩 모으고 있는 입장에서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건 바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게 내 월세 부담이나 취업 안정성까지 해결해주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코스피 8천 돌파, 정말 정부 덕분일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주식 시장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코스피(KOSPI)가 8천 선을 넘어섰습니다. 코스피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로, 쉽게 말해 한국 증시 전체의 온도계 같은 것입니다. 이 수치가 8천을 찍었다는 것은 분명 역사적인 수준입니다.
한국경제학회 설문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71.8%에 달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물음표를 달고 싶습니다. 코스피 상승이 과연 정부 정책만의 성과일까요?
솔직히 제가 ETF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입장에서, 지금 상승장의 배경에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있습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란 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장기 호황 국면을 뜻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가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올라가는 흐름이었고, 여기에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유동성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코스피 8천 돌파를 정부 경제정책의 성공으로만 읽으면 분석이 많이 얕아집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들이 실적 대비 주가가 해외 동종 기업보다 낮게 평가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주변에서도 예전보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나 연금저축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통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 것은 분명 체감됩니다. 다만 이 흐름이 어디까지가 정책 덕이고, 어디까지가 글로벌 사이클 덕인지는 좀 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학점 38.4%, 이 숫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경제학회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전반에 A학점 이상을 부여한 비율이 38.4%로 나타났습니다.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 긍정 평가를 받은 것은 일정 부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두고 "정부 경제정책이 성공적"이라고 단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좀 다르게 읽힙니다. 38.4%는 달리 보면 61.6%가 A학점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문가 집단에서 과반수 이상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경제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 1년을 평가한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응답자의 71.8%가 긍정 평가. 코스피 상승과 제도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 부동산 규제 정책: 부정 평가가 52.1%로 과반수를 넘겼습니다. 실수요자와 무주택자 입장에서 체감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 친노동 정책: 부정 평가 비율이 47%에 달했습니다. 고용 시장의 유연성과 기업 투자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수치입니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본시장 쪽은 후하게 봤지만 실물경제와 민생에 가까운 영역에서는 냉정했다는 점입니다. 주식 계좌 수익률과 실제 생활 사이의 온도 차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제가 평소에 느끼던 감각과 꽤 일치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학회)
부동산 정책, 청년 입장에서 가장 체감이 안 됐습니다
솔직히 이번 평가에서 제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였습니다. 전문가 52.1%가 부정적으로 본 이 영역은, 25살 무주택자 입장에서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숫자입니다.
주식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매달 나가는 월세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주변에서는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고,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2기 신도시 쪽 전월세 가격도 체감상 크게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란 건설·개발 사업에서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방식인데, 이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규 주택 공급도 불안정해졌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립니다.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규제 완화나 공급 확대 중 어느 방향이든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규제도 하고, 공급도 하겠다"는 식의 양면 접근은 정책 신뢰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정책 신뢰성이란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뜻합니다. 이 신뢰가 떨어지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관망 모드로 돌아서고, 결국 청년 무주택자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옵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청년 가구의 주거 불안정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K자형 양극화, 코스피 숫자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K자형 양극화(K-shaped polarization)란 경제 회복 과정에서 상위 계층은 빠르게 자산이 늘어나고, 하위 계층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이중 구조를 말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문제가 심화됐고,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코스피 8천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이 혜택이 고르게 퍼지려면 자산 소득이 노동 소득으로, 대기업 성과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으로, 반도체 호황이 청년 고용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실제로 작동해야 합니다. 낙수효과란 상위 계층의 소득 증가가 소비와 투자를 통해 하위 계층에게도 흘러 내려오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뜻합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을 보면, 반도체·AI 관련 대형주가 수익을 올리는 동안 건설투자는 위축됐고, 자영업 경기는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카페 사장님께서 "경제 좋아졌다는데 우리는 왜 이러냐"고 하셨을 때, 그게 바로 K자형 양극화의 민낯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산 시장 지표와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은 수치로 설명하기 전에, 이미 삶 속에서 먼저 느껴집니다.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진짜 평가받아야 할 지점은 코스피 숫자가 아니라, 이 간극을 좁혔느냐 아니냐일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 1년의 경제 성적을 한 줄로 정리하면, "자본시장은 합격, 민생과 구조개혁은 미완성"이라는 말이 가장 솔직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주식 계좌를 가진 사람에게는 분명 좋은 1년이었을 수 있지만, 월세 내고 취업 준비하는 청년이나 매출 회복을 기다리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아직 체감 변화가 약합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 성과를 일자리, 주거 안정,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번 한국경제학회 설문 결과 원문과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데이터를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숫자 뒤에 숨은 맥락까지 읽어야 제대로 된 그림이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경제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stock.mk.co.kr/news/view/1096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