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인과 LX판토스가 스마트글라스를 물류 피킹·검수·분류 공정에 적용하는 기술실증을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스마트글라스가 영화 소품이 아니라 실제 창고 현장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읽을수록 "이건 방향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글라스가 물류 현장에 들어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스마트글라스라고 하면 구글 글래스처럼 한때 화제가 됐다가 조용히 사라진 제품들이 먼저 떠올랐거든요. 착용감도 불편하고, 배터리도 금방 닳고, 실제로 쓸 만한 기능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협력 내용을 보면서 접근 방식이 과거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소비자용 기기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물류라는 특정 산업의 특정 작업에 맞게 솔루션을 설계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이번 기술실증이 진행되는 곳은 LX판토스의 메가와이즈청라 물류센터입니다. 여기서 검증하는 핵심 공정은 피킹(Picking), 검수, DAS(Digital Assorting System)입니다. 피킹이란 주문에 맞는 상품을 창고에서 꺼내는 작업을 뜻합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상품 위치를 찾고, 수량을 확인하고, 집어 든 물건이 맞는지 재확인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실수가 생기면 곧바로 오배송이나 재작업으로 이어집니다.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한 작업자는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음성 명령으로 피킹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상품 위치와 수량 정보가 눈앞에 표시되고, 작업 이력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기존에는 PDA나 태블릿을 손에 들고 화면을 보면서 물건을 찾아야 했습니다. 한 손이 묶이는 구조였죠. 제 경험상 양손이 자유로운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다루거나 좁은 통로를 이동할 때 그 차이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물류 자동화 기술 현황에 대해 국토교통부 산하 물류정책 자료를 보면, 국내 물류센터의 자동화율은 아직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며 특히 중소형 센터에서는 작업자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이런 현실에서 스마트글라스처럼 기존 작업 흐름을 크게 바꾸지 않고 디지털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은 도입 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검수 공정에 영상 기록이 쌓인다는 게 왜 중요한가요
개인적으로 이번 기술실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피킹보다 검수 공정이었습니다. 검수(Inspection)란 출고 전 상품의 종류와 수량이 주문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물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공정입니다.
딥파인의 솔루션에서는 작업자가 스마트글라스로 상품을 확인하면 시스템이 주문 데이터와 실제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비교합니다. 오투입이나 누락이 감지되면 즉시 알림을 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 전체가 영상 데이터로 기록됩니다. 이걸 보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 추적이 훨씬 쉬워지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배송 오류가 발생하면 어느 단계에서 실수가 났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기 기록에 의존하거나 담당자 기억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니까요.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즉 인공지능 전환이란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AI 기술로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딥파인이 이번 솔루션을 "물류 AX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영상 데이터가 축적되면 단순히 오류를 잡는 것을 넘어, 어떤 상품 유형에서 실수가 자주 나는지, 특정 시간대에 오류율이 높아지는지 같은 패턴을 분석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품질 관리가 사람의 주의력 의존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스마트글라스 기반 물류 솔루션의 효과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스마트공장 보급 자료에 따르면, 현장 디지털화를 통해 작업 오류율을 평균 30% 이상 줄인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물론 물류센터 환경은 제조 현장과 다르지만, 실시간 정보 제공과 이력 자동 기록이 오류 감소에 기여한다는 방향성은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비판적으로 보면, 영상 기록이 쌓인다는 것은 개인정보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작업자의 행동이 지속적으로 촬영·저장된다는 것은 작업자 입장에서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 도입의 효율성만큼 작업자 동의와 데이터 관리 기준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쓰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면 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가상 DAS가 기존 설비형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번 기술실증에서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가상 DAS입니다. DAS(Digital Assorting System)란 상품을 주문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디지털 안내로 도와주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기존에는 선반이나 투입구마다 LED 표시등이 달린 물리적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물리적 DAS는 정확하고 빠르게 작동하지만, 설비 구축 비용과 공간 제약이 상당합니다. 센터 구조가 바뀌거나 취급 상품이 달라지면 설비를 다시 배치해야 합니다. 반면 스마트글라스 기반 가상 DAS는 작업자가 상품을 스캔하면 화면에 분류 위치를 안내해주는 방식입니다. 물리적 설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현장 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상 DAS가 항상 더 나은 선택일까요? 제 생각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쪽입니다. 다음 상황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 물량이 매우 많고 공정이 표준화된 대형 센터 → 물리적 DAS가 속도와 안정성 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 상품 구성이 자주 바뀌거나 공간 제약이 큰 중소형 센터 → 가상 DAS가 초기 비용과 유연성 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 인력 교체가 잦고 신규 작업자가 많은 현장 → 시스템 안내를 받으며 작업하는 가상 DAS 방식이 온보딩(신규 적응)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장시간 착용이 필요한 환경 → 스마트글라스의 무게와 배터리 지속 시간, 작업자 피로도를 반드시 검증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상 DAS가 단순히 설비 비용을 아끼는 차선책처럼 보였는데, 자주 변화하는 물류 환경에서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물류 현장은 고정된 공장 라인이 아니라 시즌마다, 계약마다 취급 상품과 작업 구조가 달라지는 곳이니까요.
PoC(Proof of Concept), 즉 기술실증이란 새로운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단계를 뜻합니다. 딥파인과 LX판토스는 오는 8월까지 이 PoC를 진행한 뒤 주요 방문객 대상 시연을 거쳐 실제 센터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즉 창고관리시스템과의 연동이 얼마나 매끄럽게 이루어지느냐가 확대 적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글라스 단독으로는 아무리 잘 작동해도, 재고 데이터와 주문 정보를 관리하는 WMS가 정확하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기술실증이 보여주는 것은, 물류 자동화가 반드시 대규모 설비 투자여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작업자의 손과 눈을 보조하는 방식으로도 현장 오류율을 낮추고 데이터를 쌓을 수 있습니다. 다만 8월 이후 나올 실제 검증 결과, 그러니까 작업 정확도 향상 수치, 작업자 만족도, 오류 감소율 같은 구체적인 숫자가 나와야 진짜 판단이 가능합니다. 기술이 멋있는 것과 현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저는 그 결과가 꽤 궁금합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370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