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축제 전주 (청년몰, 소비촉진, 소상공인)
소비를 촉진하는 축제가 정작 소상공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4월 한 달간 전국 3만 3천 개 소상공인과 200여 개 유통채널이 참여하는 동행축제가 전주에서 개막했습니다. 저도 작년에 전주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직접 소비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과 이번 축제 소식이 겹치면서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청년몰, 직접 가보니 달랐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오래된 재래시장이겠거니 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들렀다가 근처 남부시장을 지나게 됐는데, 친구가 "2층에 청년몰 있으니까 올라가 보자"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청년몰(靑年Mall)이란 전통시장 내 빈 공간에 청년 창업자들을 입점시켜 상권을 활성화하는 정책 사업입니다. 쉽게 말해 재래시장 안에 젊은 사장님들이 만든 가게들을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전주남부시장 2층이 그런 구조였는데, 개성 있는 음식 가게와 소품숍들이 줄지어 있었고 주말임에도 꽤 북적였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수제 핫도그를 파는 청년 사장님이었는데,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말을 걸고 웃으며 응대하는 모습이 아르바이트생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본인이 직접 차린 가게라는 게 태도에서 느껴졌고, 저는 핫도그 하나를 사면서 단순한 구매 이상의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쓴 돈이 이 사람의 월세와 식재료비로 직결된다는 감각이랄까요. 앱에서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때는 절대 오지 않는 감정이었습니다.
전주남부시장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시장(百年市場)이기도 합니다. 백년시장이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 중 특별한 보존 및 발전 가치가 인정된 시장에 부여하는 공식 명칭입니다. 이번 동행축제 개막 장소로 전주가 선택된 것이 우연은 아닌 셈입니다.
소비촉진이라는 말이 25살에게 닿는 방식
평소 저는 솔직히 쿠팡이나 배달앱을 훨씬 자주 씁니다. 가격도 싸고, 새벽에 주문해도 아침에 도착하고, 무엇보다 편합니다. 이게 잘못된 소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주남부시장에서 직접 소비해본 경험 이후로는 가끔 생각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이번 동행축제 개막 소식을 보고 솔직한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까운 지역축제와 동네 상권을 찾아 가치 있는 소비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가, 등록금에 월세에 생활비까지 빠듯한 25살 대학생에게는 다소 공허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가치 있는 소비라는 말이 아름답긴 한데, 소비 여력이 없는 계층에게는 처음부터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소비촉진(消費促進)이란 경기 침체나 외부 충격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나 기관이 의도적으로 소비 행위를 장려하는 정책입니다. 이번 동행축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고유가와 물가 상승이라는 대외 변수가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취지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만 이 축제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누구냐는 질문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이 200개 이상이라고 했는데, 대형 플랫폼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에서 영세 소상공인들이 최대 40% 할인 행사를 버텨낼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할인율이 클수록 이익 마진이 줄어드는 건 결국 체력이 약한 쪽입니다.
아래는 이번 동행축제의 주요 현황을 정리한 것입니다.
- 행사 기간: 2025년 4월 11일부터 약 한 달간 전국 동시 진행
- 참여 규모: 소상공인 3만 3천 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200여 개
- 할인 혜택: 참여 업체 제품 최대 40% 할인 판매
- 개막 행사: 전주실내체육관에서 K-팝 상생콘서트, 라이브커머스, 체험 이벤트 운영
- 개막지 선정 이유: 백년시장 전주남부시장 소재, 청년 상인 밀집 상권
축제 한 번으로 구조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축제 자체를 나쁘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이벤트는 분명 단기 효과가 있고, 소상공인 입장에서 일시적 매출 회복도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화려한 개막식과 K-팝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상권활성화(商圈活性化)란 특정 상업 지역의 유동 인구와 매출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상인들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핵심은 '지속적으로'입니다. 일회성 이벤트로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구조적 위기 요인으로는 임대료 부담, 온라인 채널 전환 역량 부족, 노후 시설 등이 반복적으로 꼽힙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판로 지원(販路支援)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판로 지원이란 소상공인이 자신의 제품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더 넓게 유통할 수 있도록 채널과 인프라를 연결해주는 정책을 말합니다. 동행축제처럼 단기 소비를 촉진하는 행사도 의미가 있지만, 정작 축제가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그 가게를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시스템, 예를 들면 온라인 입점 지원이나 임대료 완화 같은 대책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련된 정부 지원 정보는 중소벤처기업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소비를 독려하는 캠페인보다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짜 '동행'에 가깝지 않을까요. 제가 전주 남부시장에서 경험한 그 청년 사장님이 1년 뒤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미소로 핫도그를 팔 수 있는 환경, 그게 진짜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동행축제를 계기로 가까운 전통시장이나 동네 상권을 한 번 직접 찾아가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저처럼 처음엔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축제 분위기에만 들뜨기보다는, 이 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 가게들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인지 한 번쯤 같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소비는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누군가의 생계와 직접 연결된다는 감각은 한 번 경험하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01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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