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해장 (거부감, 법적기준, 친환경장례)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반려동물 수분해장, 국내에서는 왜 아직도 이용할 수 없을까요. 저도 처음 이 방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낯설었습니다. 물과 알칼리 용액으로 사체를 녹인다는 말이 감정적으로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기술 문제가 아니라 행정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거부감부터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 방식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은 화장(火葬)을 먼저 떠올립니다. 불로 태우고 유골을 수습하는 방식이 워낙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주변 친구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걸 보면서,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만큼 수분해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그게 존중하는 방식 맞아?"라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수분해장의 정식 명칭은 알칼리가수분해(Alkaline Hydrolysis)입니다. 알칼리가수분해란 강알칼리 용액과 고온, 고압 환경에서 단백질 등 유기물을 물 분자로 분해하는 화학 반응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사체를 분해하는 데 불 대신 물과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처리가 끝나면 뼈 성분인 인산칼슘(Calcium Phosphate)이 남는데, 인산칼슘이란 뼈를 구성하는 주요 무기질 성분으로 분말 형태로 회수되어 유골처럼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거부감의 본질은 방식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설명을 충분히 못 들어서였습니다. 알칼리가수분해가 어떤 원리로 진행되는지, 처리 후 남는 게 무엇인지, 유골은 어떻게 돌려받는지를 모르면 누구든 망설이게 됩니다. 반대로 이 과정을 이해하고 나니 오히려 화장보다 더 정교하고 통제된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거부감은 기술이 아니라 정보 부족에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은 있는데, 법적기준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수분해장을 상용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기술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게 전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네오메이션이라는 국내 기업은 이미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시설·설치 기준 고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약 4년 전 개정을 통해 수분해장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것과 실제로 허가가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설·설치 기준 고시란 어떤 설비를 갖춰야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운영이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정한 행정 규정을 뜻합니다. 이 고시가 없으면 기업은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행정 허가를 신청할 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기도 합니다. 동물 장묘업 관련 제도는 동물보호법 체계 아래 있고, 시설 기준은 해당 부처가 고시를 통해 구체화해야 합니다. 법은 열려 있는데 문은 잠겨 있는 상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쏟아붓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없으니, 투자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행정 지연이 결국 소비자 선택권을 좁히고 있습니다.
현재 수분해장 방식이 도입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캐나다, 영국 등 16개국은 알칼리가수분해 방식에 대한 시설 기준과 배출액 처리 기준을 법제화하여 정식 운영 중입니다.
- 한국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4년 전)으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시설·설치 기준 고시가 부재하여 허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 네오메이션 등 국내 기업은 기술을 확보했음에도 기준 공백으로 인해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친환경장례라는 말, 그냥 믿어도 될까요
수분해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성입니다. 화장 방식의 경우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다이옥신(Dioxin) 같은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이옥신이란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될 때 생성되는 독성 유기염소 화합물로, 대기로 배출되면 인체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알칼리가수분해 방식은 연소 자체가 없기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구조적으로 훨씬 적습니다.
다만 저는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그냥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처리 후 발생하는 배출수(Effluent)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배출수란 수분해 과정에서 사체가 분해된 후 남는 액체 성분으로, 유기물과 무기 염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배출수가 적절한 처리 없이 하수로 방류된다면, 친환경이라는 말은 의미를 잃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배출수 처리 기준이 지역마다 달라 논란이 있었고, 이후 기준을 강화한 사례가 있습니다(출처: Cremation Association of North America).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신기술은 도입 속도보다 기준 수립 속도가 더 중요합니다. 기준 없이 빠르게 상용화하면 첫 사고 하나에 시장 전체가 흔들립니다. 반대로 기준이 명확하게 먼저 마련되면, 소비자는 신뢰를 갖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장례 시설 특성상 지역 주민 수용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악취 관리, 배출수 처리 시설, 설비 안전성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기준이 나와야 수분해장이 진짜 친환경 장례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에,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수분해장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술은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설비 기준, 배출수 처리 기준, 운영자 교육 체계를 담은 행정 고시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곧 이별을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수분해장 관련 법제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도가 바뀌는 데는 결국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 참고: https://www.mk.co.kr/news/economy/12059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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