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자리 위협 (구조변화, 신입채용, 취업전략)

신입변호사 채용이 4년 만에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전문직이라면 AI 영향권에서 비교적 안전할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저로서는 꽤 충격적인 데이터였습니다. 문제는 이게 법조계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에 막 나가려는 입장에서 이 고용 구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지 직접 겪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구조변화: 직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입구가 좁아진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란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이 가장 빠르게 파고든 곳은 고난도 판단 업무가 아니라 반복성과 규칙성이 높은 문서 업무입니다. 판례 조사, 소장 초안 작성, 계약서 검토처럼 저연차 변호사들이 주로 맡던 업무들이 정확히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제가 학교에서 과제나 보고서를 준비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자료 수집, 내용 요약, 초안 작성에 AI를 쓰면 예전에 두세 시간 걸리던 작업이 30분 안에 끝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이 기능은 "신입을 덜 뽑아도 된다"는 판단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업 자체가 없어진다기보다, 사회 초년생이 경험을 쌓던 기초 업무부터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labour market dualism)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1차 노동시장과 불안정한 2차 노동시장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이 이중구조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험과 판단력을 갖춘 숙련 인력은 오히려 AI를 도구로 쓰며 생산성이 올라가지만,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신입 입장에서는 출발선이 더 높아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상용근로자(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정규직 근로자) 수가 1년 전보다 7천 명 감소했습니다. 상용근로자 감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20~30대 전문 서비스 직종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저는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연령대가 바로 제가 곧 진입할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신입채용: AI만 탓할 수 없지만, 신입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전 세계 고용의 약 24%가 생성형 AI 영향권에 포함된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국제노동기구(ILO)). 여기서 '영향권'이라는 표현을 정확히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24%가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직무는 AI로 인해 업무 방식이 바뀌고, 어떤 직무는 AI를 활용해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AI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이 "AI가 별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뉴스를 보면서 가장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느낀 대목입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교역 환경 변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같은 대외 요인이 기업 채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용 감소의 원인이 AI 하나에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이 인건비 절감의 실질적인 명분이 됩니다. 경기가 나쁠수록 비용 절감 압박은 커지고, AI는 그 압박을 실현하는 도구가 됩니다. 다음은 현재 채용 시장에서 AI 도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무 유형입니다.

  1. 판례 조사, 소장 초안 작성 등 반복적인 법률 문서 작업
  2. 재무제표 기초 분석, 데이터 정리 등 회계·경영 보조 업무
  3. 고객 응대 스크립트 작성, 이메일 초안 등 커뮤니케이션 보조 업무
  4. 보고서 초안, 시장 조사 요약 등 리서치·문서화 업무
  5. 번역, 콘텐츠 초안 작성 등 언어 처리 기반 업무

이 목록을 보면서 저는 한 가지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이 업무들이 바로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입사 초반에 맡게 되는 일들이라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핵심 판단 업무를 맡는 신입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기초 단계가 줄어들면, 기업은 경험 있는 인력을 소수 채용하고 AI를 곁에 두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취업전략: AI와 경쟁하지 말고 AI 위에 올라타야 한다

직무역량(competency)이란 특정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의 총합을 뜻합니다. AI 시대에 이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료를 잘 찾는 능력", "문서를 빠르게 정리하는 능력"이 직무역량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두 가지를 AI가 처리합니다. 그렇다면 남는 역량은 무엇일까요.

제가 직접 AI를 쓰면서 느낀 것은, AI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틀릴 때가 꽤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를 잘못 인용하거나, 문맥을 놓치거나, 질문의 핵심을 비껴가는 답변을 내놓을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 결과물을 그대로 쓰면 오히려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AI가 낸 결과를 검토하고, 맥락을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비판적 사고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근거와 맥락을 따져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AI가 초안을 쏟아낼수록, 그 초안을 제대로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서도 AI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무로 높은 수준의 판단력, 창의성, 대인 관계 업무가 꼽혔습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을 앞둔 입장에서 제가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은 이렇습니다. AI를 못 쓰는 사람이 AI를 잘 쓰는 사람에게 밀리는 건 이미 시작된 일입니다. 그러니 AI 활용 자체는 기본 소양이 되고 있습니다. 그 위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역량, 즉 AI 결과물을 판단하고 책임지는 역량,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역량, 복잡한 상황에서 맥락을 읽는 판단력을 함께 키워야 합니다.

AI가 모든 일자리를 단번에 없앤다는 공포는 과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입이 경험을 쌓던 기초 업무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직접 취업 시장을 앞둔 입장에서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드는가"라는 질문보다, "AI 시대에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AI를 두려워하기보다 먼저 써보고, 그 한계를 직접 확인하고, 그 위에서 본인만의 판단력을 쌓는 것이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취업·법률·경제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95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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