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하락 (골드뱅킹, 금리, 투자 전략)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얼마 전까지 금은 그냥 사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전자산이라는 말만 믿고 가격이나 금리 같은 건 크게 신경 안 써도 되는 자산이라고 막연히 여겼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이 고점 대비 20% 가까이 빠지고, 골드바 판매액이 900억 원에서 20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소식을 보면서 제 생각이 꽤 순진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연초 사재기 열풍, 지금은 어디로 갔나
올해 1월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금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면서 골드바를 사려는 사람들이 은행 창구로 몰렸고, 일부 지점에서는 재고가 동나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5개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이 당시 한 달에만 900억 원을 넘어섰으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제가 그때 주변에서 "금 샀어?"라는 말을 몇 번 들었는지 모릅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사고 싶어지는 심리, 투자에서 흔히 말하는 FOMO(포모, Fear Of Missing Out)입니다. FOMO란 좋은 기회를 혼자만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뜻하는데, 이게 자산 시장에서 과열을 부추기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저도 솔직히 그 분위기에 살짝 흔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6월 기준 골드바 판매액은 204억 원으로 급감했고, 골드뱅킹(Gold Banking) 합산 잔액은 1조 9850억 원으로 내려가 올해 처음 2조 원 아래를 기록했습니다. 골드뱅킹이란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은행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소액으로도 금 투자에 참여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합니다. 불과 5개월 만에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제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금값은 왜 떨어졌나, 금리와의 관계
그럼 핵심 질문입니다. 안전자산이라는 금값이 왜 이렇게 내려간 걸까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입니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으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6월 16일 온스당 4354달러에 마감했는데, 이는 1월 고점인 약 5300달러와 비교하면 약 20% 하락한 수치입니다.
왜 금리가 오르면 금값이 내려가는 걸까요?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입니다. 쉽게 말해 금을 가지고 있어도 현금 흐름이 하나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낮을 때는 예금이나 채권의 이자가 별로 없으니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낮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예금이나 미국 국채 같은 자산이 꽤 쏠쏠한 이자를 주기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 관계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겹쳤습니다. 금은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됩니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금의 양이 줄어들고, 이는 금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이 상관관계는 역사적으로 꽤 안정적으로 작동해왔습니다. 제가 이걸 책에서 읽었을 때는 그냥 이론처럼 느껴졌는데, 이번 뉴스를 보고 나서야 "아, 진짜 이렇게 작동하는구나"를 실감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도체 주식 등으로 쏠렸습니다. 위험자산(Risk Asset)이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하는데, 주식이 대표적입니다. 주식 시장이 강세일 때는 굳이 금처럼 현금 흐름도 없고 수익률도 제한적으로 보이는 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도 유동성이 반도체 주식 등 일부 자산으로 쏠리면서 금 투자가 위축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점에서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금값 하락에 영향을 준 주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로 달러 자산 선호 심화
- 금리 상승 시 금 보유의 기회비용 증가, 투자 매력 감소
- 달러 강세 국면에서 달러 기준 금 수요 위축
- 국내 증시 강세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안전자산 수요를 잠식
그래서 지금 금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질문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습니까. 제 솔직한 생각을 먼저 드리자면, 지금 금값이 빠졌다고 해서 무조건 매수 기회라고 보기도 어렵고, 반대로 금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도 이릅니다.
우선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골드뱅킹 잔액이 줄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돈을 죄다 뺐다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금 가격이 내려가면 보유 금의 평가액(Evaluation Amount)이 줄어들고, 그 결과 잔액도 함께 줄어듭니다. 평가액이란 현재 시가로 환산한 자산의 가치를 뜻하는데, 실제 자금 유출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즉 아무도 팔지 않아도 가격만 내려가면 잔액은 감소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혼동하면 시장 상황을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금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 판단으로는 목적이 먼저입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사겠다면 지금 구간은 여전히 금리 변수가 불확실해서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포트폴리오(Portfolio) 다변화 차원에서 일정 비중을 배분하려는 분이라면, 고점 대비 20% 정도 빠진 지금이 한 번 분산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는 구간일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란 여러 자산을 조합해 위험을 분산한 투자 바구니를 의미합니다. 금을 전체 자산의 5~10% 이내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향후 금값에 다시 불이 붙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거나,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대신 동결 또는 인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할 때입니다. 금은 공포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강해지는 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시장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출처: World Gold Council) 금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물가 상승으로부터 자산 가치를 보호하는 전략) 수단으로 유효하게 작동해왔으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의 보유 비중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물 골드바 투자 시에는 매입가와 매도가의 차이인 스프레드(Spread)와 보관 비용, 부가가치세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스프레드란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 사이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골드바는 이 차이가 꽤 커서 단기 투자에서는 이 비용만으로도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알게 된 건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자료를 찾아보면서였는데(출처: 한국거래소), 실물 금보다 금 현물 ETF나 골드뱅킹이 소액 투자자에게는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정리하면, 이번 금값 하락은 금이 나쁜 자산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자산이든 분위기에 휩쓸려 고점에 사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다시 확인시켜준 사례입니다. 저는 25살 대학생이고 아직 큰돈을 굴리는 처지는 아니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안전자산도 비싸게 사면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금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지금 당장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보다, 왜 사는지 목적부터 명확히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9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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