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LA 2호점 (프리미엄 상권, 스킨케어, K뷰티 확산)
K뷰티가 해외에서 인기라는 말, 이제 지겹도록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인기와 정착은 다르지 않을까요? 올리브영이 LA 베벌리힐스 인근 프리미엄 상권에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처음엔 "또 K뷰티 흥행 기사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점 첫날 쇼핑몰 내부에 100m가 넘는 대기줄이 생겼다는 걸 보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프리미엄 상권 입점, 위치가 전략이다
올리브영 센추리시티점이 들어선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닙니다. 베벌리힐스, 로데오드라이브, 벨에어, 브렌트우드, 웨스트우드가 모두 반경 안에 있는 LA 서부의 대표적인 고소득층 밀집 상권입니다. 솔직히 이 위치 선정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K뷰티 매장이라고 하면 코리아타운 인근이나 젊은 층이 많은 상업지구를 먼저 떠올렸거든요.
하지만 위치를 보고 나서야 올리브영의 방향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 패서디나점이 K뷰티에 관심 많은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역할을 했다면, 센추리시티점은 구매력이 높은 현지 소비자와 글로벌 방문객을 직접 끌어들이겠다는 의도입니다. 저는 이것을 리테일 포지셔닝(Retail Positioning) 전략으로 읽었습니다. 리테일 포지셔닝이란 브랜드가 어떤 상권, 어떤 소비자 층과 연결되는지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디서 파느냐가 무엇을 파느냐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고소득 상권 입점은 브랜드 프리미엄화(Brand Premiumization)와도 직결됩니다. 브랜드 프리미엄화란 제품의 품질 자체보다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고급스럽고 신뢰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K뷰티 제품이 틱톡에서 바이럴되는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베벌리힐스 옆 쇼핑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뷰티 카테고리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 그게 이번 입지 선택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개점 행사에 LA 시의원과 센추리시티 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했다는 점도 단순한 개점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스킨케어 중심 매장 구성, 미국 소비자 언어로 말하다
미국에서 K뷰티가 인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가지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올리브영 매장 구성이 미국 소비자에게도 통할까요? 센추리시티점은 이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놓은 것 같습니다.
매장은 약 250제곱미터(76평) 규모인데, 국내 표준 매장보다 스킨케어 진열 공간을 1.5배 확대했습니다. 스킨케어 카테고리 안에서도 세럼과 에센스를 소개하는 '더 부스트 앤 글로우 바', 토너패드와 선케어 제품 전용 공간인 '더 프렙 바', 뷰티 디바이스 전용 공간이 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스킨 스캔(Skin Scan) 서비스입니다. 스킨 스캔이란 피부 상태를 기기로 직접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상품을 추천해주는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뜻합니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해두는 것이 아니라, 진단과 추천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이 미국 시장에서 왜 유효한지 생각해봤습니다. K스킨케어의 특징은 단계가 많고, 제품 간 조합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토너, 에센스, 세럼, 앰플, 크림을 각각 어떻게 쓰는지 모르면 사기 어렵습니다. 제품만 봐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미국 소비자에게 스킨 스캔 서비스는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업계에서는 고객 온보딩(Customer Onboarding)이라고 합니다. 고객 온보딩이란 새로운 소비자가 낯선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말합니다.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 내 K뷰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스킨케어 카테고리의 성장세가 색조 화장품보다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흐름과 맞닿은 매장 구성이라는 점에서 센추리시티점의 방향은 데이터와도 일치합니다.
다음은 센추리시티점에서 제가 주목한 구성 포인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 스킨케어 진열 공간을 국내 대비 1.5배 확대해 K스킨케어 루틴을 전면에 배치
- 세럼·에센스 전용 공간 '더 부스트 앤 글로우 바'와 토너패드·선케어 전용 공간 '더 프렙 바' 분리 운영
- 뷰티 디바이스 전용 코너 별도 구성으로 기기 카테고리 확장
- 스킨 스캔 서비스로 피부 맞춤 추천 제공, 구매 전환율 제고 목적
- 미국 Z세대 인기 커피 브랜드 체임벌린커피와 협업, K뷰티 샘플 교환권 제공으로 신규 방문객 유입 유도
K뷰티 확산의 진짜 시험대는 재방문율이다
오픈런이 성공을 보장할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100m 대기줄은 분명 좋은 신호이지만, 그것만으로 미국 시장 안착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세포라(Sephora)와 얼타뷰티(Ulta Beauty)는 미국 전역에 촘촘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강력한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으로 미국 소비자의 생활 속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올리브영이 이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굳이 올리브영에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이유로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O.Y 멤버스(O.Y Members)입니다. O.Y 멤버스란 올리브영이 미국 시장 전용으로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단순한 포인트 적립이 아니라,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 데이터를 연결해 개인화 추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옴니채널 멤버십(Omnichannel Membership)이라고 합니다. 옴니채널 멤버십이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해 소비자 경험을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의 고객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한편, K뷰티의 인기가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뷰티 시장은 틱톡 알고리즘 하나에 특정 제품이 하루 만에 품절되고, 한 달 뒤 관심이 식기도 합니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Statista에 따르면 미국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단일 시장 중 하나입니다. 규모는 크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트렌드 교체 속도도 빠릅니다. 유행이 아니라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프리미엄 상권 입점에 따른 임대료와 운영비 부담도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어떤 분야든 초기 화제성과 실제 수익성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올리브영이 76평 매장을 베벌리힐스 인근 상권에서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초기 오픈런 방문객을 정기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올리브영의 LA 2호점 개점을 보면서 K뷰티가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뷰티 카테고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만 진짜 평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 후, 1년 후 재방문율과 멤버십 가입자 수, 온라인몰과의 연결 성과가 나왔을 때 올리브영이 미국 시장에서 어디쯤 서 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이 매장의 흐름을 계속 지켜볼 계획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O.Y 멤버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확대되는지 같이 눈여겨보시면 좋겠습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776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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